
경제 뉴스에서 GDP와 함께 GNI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두 단어 모두 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바라보는 기준은 조금 다릅니다. GDP는 우리나라 안에서 얼마나 많이 생산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면 GNI는 우리 국민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득을 벌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더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공장에서 자동차와 반도체를 많이 만들어 수출하면 GDP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지급해야 하는 이자나 배당이 크게 증가하거나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오르면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소득 증가폭은 GDP만큼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았더라도 해외에서 받은 배당이나 이자소득이 많아지면 국민소득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뉴스와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경기가 서로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GDP만 보는 것보다 GNI와 물가, 가계소득을 함께 살펴보면 이런 차이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GDP와 GNI가 어떻게 다른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이어서 국민소득이 생산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장과 생활체감이 왜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도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GDP란 무엇일까요?
GDP는 Gross Domestic Product의 줄임말입니다. 우리말로는 국내총생산이라고 합니다. 일정한 기간 동안 우리나라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모두 더한 숫자입니다. 국내에서 생산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생산한 사람이 한국 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생산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업의 본사는 외국에 있지만 생산활동은 한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이 공장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자동차의 가치는 한국 GDP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한국 기업의 활동이지만 생산 장소가 해외이므로 한국 GDP에는 같은 방식으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GDP에는 눈에 보이는 상품만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 서비스, 병원의 진료, 교육, 운송, 금융 서비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활동도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일정한 기간 동안 국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가치입니다. 경제 뉴스에서 GDP 성장률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했다면 경제활동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생산이 늘고 사람들이 소비를 더 많이 하거나 수출이 좋아지는 경우 GDP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GDP가 증가했다고 국민 모두의 소득이 같은 비율로 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GDP는 생산을 중심으로 보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다른 산업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대형 수출기업의 실적은 좋아졌지만 자영업자의 매출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GDP는 나라 경제의 전체 크기와 성장 속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국민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득을 얻었는지까지 완벽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아닙니다. 이 부분을 보완해서 살펴볼 때 GNI가 등장합니다.
GNI란 무엇일까요?
GNI는 Gross National Income의 줄임말입니다. 우리말로는 국민총소득이라고 합니다. GDP가 ‘어디에서 생산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면 GNI는 ‘누가 소득을 얻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쉽게 말하면 GDP는 우리나라 안에서 만들어진 경제적 가치를 보고,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을 함께 살펴보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 해외 기업에 투자해 배당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소득은 해외에서 발생했지만 한국 국민이 벌어들인 돈입니다. 이런 해외 소득은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 반영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일부가 해외 본사로 지급되면 국내에서 생산된 GDP에는 포함됐더라도 국민이 실제로 가지는 소득에서는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GNI를 이해할 때 교역조건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수출하고 원유와 천연가스, 여러 원자재를 수입합니다. 수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더 많은 돈을 들여 원료를 사 와야 합니다. 생산량은 유지돼 GDP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국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의 힘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 상황도 있습니다. 우리가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좋아지고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같은 생산량으로도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습니다. 이때 국민의 실제 구매력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에서는 GDP와 함께 실질 GNI도 발표합니다. 경제가 얼마나 생산했는지뿐 아니라 국민의 실제 소득과 구매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GNI가 높아졌다고 개인의 월급이 모두 바로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GNI 역시 나라 전체의 소득을 합한 지표입니다. 소득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집중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생활수준을 볼 때는 가계소득과 고용, 물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GDP와 GNI의 차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쉽습니다. GDP는 국내에서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를 보고, GNI는 우리 국민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득을 얻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생산 소득 체감차이
경제가 성장했다는데 생활은 더 팍팍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GDP와 GNI의 차이를 이해하면 이런 현상을 조금 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산과 수출이 늘면서 GDP 성장률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수입비용이 증가하고 식료품과 생활물가까지 높아졌다면 가정에서 느끼는 생활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월급이 3% 늘었지만 생활비가 5% 증가했다면 숫자로는 소득이 늘었지만 실제 구매력은 줄어든 것과 비슷합니다. 나라 전체에서도 생산이 늘어나는 것과 실제 소득의 구매력이 늘어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 뉴스를 볼 때 GDP 성장률 하나만 보고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GDP가 무엇 때문에 늘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는지, 가계 소비가 늘었는지, 기업 투자가 좋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GNI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지도 봅니다. GDP는 빠르게 늘었는데 GNI가 그만큼 늘지 않는다면 교역조건이나 해외 소득 흐름에서 부담이 생겼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가도 같이 봐야 합니다. 국민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가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힘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질금리가 중요한 이유도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일반인이 GDP와 GNI를 알아두면 좋은 이유는 경제성장이라는 큰 숫자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서 성장률이 높게 나왔을 때 “무엇이 성장했는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GNI가 함께 좋아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생활과 가까운 물가와 소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GDP와 GNI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한 지표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숫자가 서로 다른 부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GDP는 경제가 얼마나 생산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GNI는 그 생산활동과 해외 거래를 거쳐 국민에게 돌아오는 소득을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앞으로 경제성장률 기사를 읽을 때는 세 가지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먼저 GDP 성장률이 높아졌는지 살펴봅니다. 다음으로 GNI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봅니다. 마지막으로 물가와 가계소득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이렇게 보면 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숫자와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경기 사이의 차이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