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에 넣어 둔 예금과 적금은 보통 만기까지 유지해야 약속한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중간에 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만기 전에 예금과 적금을 해지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예적금을 깨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생활비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대출을 먼저 갚으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식처럼 다른 곳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옮기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예적금을 해지한 금액이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가정에서 현금이 필요한 일이 많아졌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예적금 중도해지가 무엇인지, 예적금 중도해지가 늘어나는 이유와 우리 생활에서 생각해 볼 점을 정리했습니다.
예적금 중도해지란 무엇일까요?
예금과 적금은 비슷해 보이지만 돈을 넣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금은 목돈을 한 번에 통장에 넣습니다. 적금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차곡차곡 넣는 방식입니다. 두 상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정 기간 돈을 맡기는 대신 은행에서 이자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만기까지 유지하면 처음 약속한 조건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급하게 필요하면 만기 전에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중도해지'라고 합니다.
예금과 적금은 중도해지 방식에서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예금은 목돈을 한 번에 넣어 두는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해지를 하면 그동안 쌓인 이자 전체가 낮은 이율로 다시 계산됩니다. 적금은 매달 조금씩 돈을 넣는 상품이라, 각 회차마다 넣은 날짜에 따라 손해 보는 이자가 조금씩 다르게 계산됩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만기까지 채웠을 때보다는 손에 쥐는 이자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적금에 가입할 때부터 이 돈을 정말 만기까지 묶어 둘 수 있는지 미리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도해지가 늘어나는 이유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개인 고객의 예금 중도해지액은 61조 2,670억 원으로, 지난해 한 해 92조 2,531억 원의 66.4%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적금 중도해지액도 9조 2,268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해지금액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특히 적금은 해지하는 사람 수 자체가 크게 늘었다기보다, 한 번 해지할 때 찾아가는 금액이 커졌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적금 중도해지 1건당 평균 금액은 지난해 약 153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약 188만 원으로 23%가량 늘었습니다.
이렇게 중도해지가 늘어난 배경에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는 생활비와 대출 상환처럼 당장 써야 할 돈이 늘어난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고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가정이 늘었습니다.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모아둔 예적금을 깨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둘째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흐름입니다. 예금과 적금에만 돈을 묶어 두기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주식 같은 투자 자산으로 돈을 옮기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최근에는 이른바 빚투, 즉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모습과 함께 예적금을 깨서 투자금을 마련하는 모습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러한 속도는 최근 4년 사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간 중도해지액은 14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예적금이 가계의 대표적인 저축 수단인 만큼, 그만큼 많은 가정이 돈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생활비 투자금 관리법
예적금을 중간에 깨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은 아닙니다. 정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만기를 지키기보다 중도해지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도해지를 하기 전에 몇 가지는 미리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은 중도해지로 인해 실제로 손해 보는 이자가 얼마나 되는지입니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 앱이나 창구에서 중도해지 시 예상 이자를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목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예적금부터 깨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예금담보대출 같은 방법을 함께 비교해 보면, 중도해지로 잃는 이자와 대출 이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따져볼 수 있습니다.
예적금을 만들기 전에는 돈을 언제 사용할지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달에 사용할 생활비까지 장기 적금에 넣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생활비와 비상금을 먼저 따로 준비하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갑자기 병원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고장 날 수도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사용할 돈을 따로 마련해 두면 장기적으로 모으고 있는 예적금을 중간에 깨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모든 돈을 묶어 두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곧 사용할 돈과 오래 모을 돈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투자를 위해 예적금을 해지하려는 경우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더 유리한 곳에 두려고 합니다. 예금금리가 낮다고 생각하면 주식이나 다른 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예금으로 1년에 3%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 예금을 깨서 주식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좋아질 때에는 은행에 있던 돈이 투자시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머니무브'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예적금을 깨서 투자할 때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금은 일정한 조건을 지키면 받을 이자를 예상하기 쉽습니다. 주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가는 오를 수도 있지만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금을 잃을 위험도 있습니다. 특히 생활비나 가까운 미래에 사용할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주가가 떨어진 시점에 갑자기 돈이 필요하면 손해를 본 상태에서 주식을 팔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라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투자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대출이자는 계속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투자할 돈은 생활비와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상금과도 나누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같은 예적금 해지라도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예금을 깨고 투자한다고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 돈을 언제 사용할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한 달 뒤에 필요한 돈인지 살펴봅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사용할 비상금인지도 확인합니다.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투자금인지도 구분합니다. 예적금은 단순히 돈을 넣어 두는 통장이 아닙니다. 생활비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만기 전에 깨야 하는 상황을 줄이려면 처음부터 돈의 목적을 나누어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이 글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매일경제, "생활비·빚투… 상반기 예적금 70조 깼다" (권선우 기자)